야간열차를 타고 아침을 맞이하다 - 중앙선 단양역과 죽령역[2020.12.12]

 

 어느덧 2021년 새해가 밝은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장항선 일부 구간과 구 군산선 구간의 이설, 중앙선 신설 이설 및 KTX-이음 개통, 고요한 밤의 고요함을 뚫고 달렸던 야간열차가 일부를 제외하고 사라지는 등의 이벤트가 있었지요. 제게 주어진 시간동안 이들을 모두 지켜보기에는 시간이 모자람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나마 있는 시간동안 둘러볼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중앙선 단양-풍기 구간 이설전 모습들을 남긴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늦은밤 단양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경주역에서 부전발 청량리행 무궁화호 야간열차를 타러 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량리-부전 구간을 달리던 무궁화호 야간열차가 사라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그렇게 야간열차를 타고 단양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새벽 3시에 이 역을 찾아온 손님은 저 포함 딱 2명이었습니다.
리모델링이 끝난 단양역은 제법 깔끔해져 있었습니다.
단양역에 도착한 야간열차는 3시 36분 단양역을 출발합니다.
임시이지만 고객대기실도 번듯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열차가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장 남겨주고
어느새 무궁화호 야간열차는 단양역을 떠나갑니다.
승강장은 2개이지만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하나의 승강장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높이차는 작지만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새벽밤을 밝히는 단양역. 야간열차가 사라진 지금은 이 시간에도 불을 밝히고 있으려나요?
나름 운이 좋다 생각했었는데 이설 직전에 올 수 있어 다행입니다.
죽령역으로 이동하기 직전 단양군청의 야경. 새벽 6시 즈음이었는데 야경이 상당히 이뻤습니다.
새벽바람을 뚫고 죽령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죽령역 바로 앞에는 회전교차로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렇게 회전교차로같은 나무 주변을 빙글 돌아보며 지나갑니다.
비록 여객은 하고 있지 않지만 열차가 수시로 오고가는 곳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역 내로 들어갈 수 있게 문이 활짝 열려있군요.
출입금지라 써있지만 건너편 울타리가 뚫려있는 것으로 보면 주민들이 이 곳을 종종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 주민들이 지나다니던 길 흔적이 보입니다.
과거 주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앉았을 의자가 보이네요.
잡초가 무성한 승강장에 역명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비록 텅 비어있지만 이 곳에 화물도 취급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여객이 중단된 지금도 저 가로등은 승강장을 밝히고 있을까요?
열차가 지나가기 전 죽령역의 모습은 한없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자세히 보니 역건물 뒤로 건널목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열차가 당장이라도 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종종 직원들이 오는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 작은 건널목에 4.5m가 넘는 것이 건너는 경우가 있을까요?
과거에 화장실로 쓰였을 듯한 건물
이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열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계속 운행되던 역이었다면 나름 잘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열차가 오지 않는 이 곳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요?
이번에는 선로 반대편의 마을로 넘어와 보았습니다.
닭들이 우는 마을은 평온하기만 합니다.
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죽령역의 모습
이만치에서도 역명판이 한 눈에 보이네요
철길 바로 옆에는 귀여운 멍멍이들이 앉아있었습니다.
비록 선로를 건너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있지만 마을 사람들의 불편을 위해 암묵적으로 울타리가 제거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령역 너머에서 본 역의 모습은 참으로 아담해 보입니다.
여객 취급을 하지 않는 역에서 선로 한 부분만 열차가 다니는 모양입니다.
어느덧 죽령역에도 밝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선로 이설을 불과 이틀 앞두고 찾아온 죽령역은 언제라도 열차가 다닐 것만 같아 보였습니다.

 매번 사라지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을 때마다 이토록 자연스럽게 남을 것만 같았단 모습들이 불과 며칠이 지나 찾아가면 사라져 있는 것을 볼 때 마다 세월의 흐름을 느끼곤 합니다. 지금은 사라지겠지만 제 마음 한 구석에는 그 당시의 모습을 추억한다면 아마도 영원히 제 기억속에는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점점 덜게되네요.

 

 2021년이 되면서 매서운 한파가 한반도를 덮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건강도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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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선, 108년만에 격변하다(4) - 오산리역

 

 2020년 12월 5일 토요일. 군산선이 108년의 역사를 끝내고 사라지기까지 앞으로 5일을 남겨두고 그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아 역사에 기록하고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군산선이 지나는 곳곳을 둘러볼 때 마다 그 오랜 기간동안 남겨진 모습들은 마치 내일도 그 오늘과 같이 유지될 것만 같기만 합니다. 그 만큼 그 풍경이 당연한 듯 익숙해져 있다는 말이지요. 이번 포스팅을 끝으로 군산선을 둘러보며 담아둔 사진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익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역은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오산리역입니다.
오산리역은 신리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곳의 건널목 이름은 오산리에 있어 오산건널목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순식간에 새마을호 열차가 지나갑니다.
열차는 순식간에 수풀 속으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철길 바로 옆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영문도 모른채 서있습니다.
열차가 순식간에 지나간 마을은 다시 평소와 같이 고요해집니다
익산역 방향을 바라본 모습.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있는 군산선의 매력이랄까요?
대야역 방향 또한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슈퍼가 길 한가운데에 서있습니다.
마을을 둘러보던 도중 우연찮게도 익숙한 무언가가 서있는 것이 보입니다.
보아하니 오산리역이 위치했던 흔적입니다.
오산리역에서 열차를 타기 위한 조그마한 대기장소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철거한듯 보입니다
빛바랜 역명판만이 이 곳이 역이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오산리역을 떠나 익산 방향으로 가던 도중 주유소 근처에서 보이는 건널목
익산시내를 향해 달리던 도중 기다란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기다란 화물열차였습니다.
허겁지겁 달려와서 찍으러 왔었는데도 여전히 건널목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학곤리건널목은 이 순간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에 남겨두고 있을까요?
철길 밑으로는 가스배관이 지나는지 보시는 바와 같은 경고문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화물열차는 멀리 떠나가고...
지금은 더이상 이 곳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없게 되었지요
종종 입구 바로 앞에 건널목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이 곳도 온전히 건물 입구만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12월 10일 그렇게 군산선은 자신의 역사를 마치고 새 고가철로로 이설되어 운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록 기존 군산선의 모든 장면들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였지만 누군가는 이 사진만으로도 군산선 위를 달리던 열차를 다시 떠올리실 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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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선, 108년만에 격변하다(3) - 임피역

 

 1912년 12월 1일부터 2020년 12월 10일까지 39457일이라는 기간동안 꿋꿋이 한 자리에서 기차를 맞이하던 역이 있었습니다. 군산선에 위치했던 임피역은 군산선이 이설되기 전까지 군산선의 역사와 함께 하였습니다.

 군산선의 이설을 앞두고 열차를 떠내보내게 될 임피역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날씨 좋은날 햇살을 받고 있는 임피역
비록 여객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열차가 다니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1924년 6월 1일부터 여객을 시작한 임피역은 1936년 12월 1일 현재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울타리로 가는 길은 막아놓았지만 생각보다 철길이 가깝습니다.
철길 외의 공간은 마치 정원처럼 잘 꾸며놓았습니다.
역 한켠에는 동상이 서있습니다.
여객 당시 사용되었을 역명판이 서있는걸 보아 이 자리는 플랫폼이었던 듯 보입니다.
철길을 배제하고 보니 여느 동네의 공원처럼 보입니다.
임피역 바로 옆에는 심지어 화장실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시설은 상당히 오래되어 보입니다. 물론 여기서는 사용하면 안되고 반대편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철길 이설후 이 곳도 상당히 예쁜 공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새마을호 객차 두 량이 이 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시후 군산 방향에서 열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열차는 빠른 속도로 임피역을 접근하고
빠른 속도로 임피역을 스쳐갑니다
레일크루즈 해량으로 보이는데 과연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이용할 수 있으려나요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역명판
사실 저는 이 건널목의 경고음을 듣고 열차가 들어오고 있음을 알아챘습니다.
이 건널목으로 얼마나 많은 열차들이 지나갔었을까요?
이 건널목도 임피역과 함께 이 곳에 열차가 지나다녔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될까요?
익산 방면을 바라본 모습
군산 방향을 바라본 모습
군산선은 이토록 한적한 시골마을을 일직선으로 쭉쭉 달려왔던 것이죠
생각보다 임피역에 간단하게 산책할만한 볼거리들이 있어 좋았습니다.
임피역에서 익산으로 가던 길에 임피1건널목이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요란한 소리에 차들은 잠시 가던 길을 멈춥니다
익산 방향에서 열차가 들어옵니다
저 또한 가던길을 멈추고
디젤 기관차 한 량이 다가옵니다
그렇게 다가오던 열차는 순식간에 건널목을 지나갑니다
굉음을 내던 건널목은 다시 침묵속으로...
그렇게 기관차는 유유히 떠나갑니다

 

 어쩌면 사소한 일상이었던 이 풍경을 지금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추억 하나가 사라져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사라져가는 풍경을 하나라도 담아 놓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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