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에서 백년을 보내다 사라지다 - 동해선 불국사역[2021.11.28]


어린시절 수학여행은 관광지보다 함께 다녀갔던 학우들과의 추억들이 더욱 강렬하게 남아있기 마련이죠. 그러다보니 분명 고등학생때 가보았던 경주였음에도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불국사 인근에 위치한 석굴암은 어린시절 교과에서만 보던 모습과 달리 보였을때 느꼈던 위화감 또한 그렇습니다.

동해선을 달리던 열차가 잠시 머물다 가던 불국사역 또한 그저 지나가던 역이었음에도 마지막 을 맞이하는 역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새벽녘에 시작된 여행은 아침해가 뜰 무렵 불국사에 도착합니다.
불국사역에 도착하자마자 승무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서둘러 역앞으로 건너왔습니다.
왠지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으로 보아 반대편에서 열차가 넘어올 모양입니다.

 

경주역으로부터 RDC 열차가 도착합니다.

 

열차가 도착하자 미처 건너지 못했던 사람들이 역으로 건너옵니다.
불국사역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백년동안 자리를 지켜온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 사이 교행을 기다리던 열차가 경주역으로 떠납니다.

 

경주를 대표하는 관광지 답게 거의 대부분의 열차들이 불국사역에 서다 갑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역답게 운행중인 열차들을 주의해달라는 문구들이 보입니다.
기와 지붕이 매력적인 불국사역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도 기와를 올려놓았군요.
전국 철도노선도. 생각보다 최신 내용도 모두 반영되어있습니다.
불국사역 주변을 돌아다니다 만난 미용실 안 고양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국사역 앞 사거리에서 역의 존재는 다소 희미합니다.
불국사 앞 우체통도 앞으로는 볼 수 없게 되는걸까요?
이제 다시 불국사역을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사람들이 열차를 타러 갑니다.
타는곳을 가는 중에 보이는 시 한 편
내년부터는 더이상 저 행선지로 가는 열차는 볼 수 없습니다.
너를 사랑해
열차가 다니지 않더라도 이 나무들은 영원히 불국사역과 함께 있겠지요?
이제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려보겠습니다.
경주 방면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열차를 기다리겠지요?
옛 역사에는 흔치 않던 고객대기실이 있습니다. 요즘 바깥에 짓는 역들은 덥거나 추운 날씨를 대비하여 승강장에 고객대기실을 짓는게 대세지요

 

플랫폼을 둘러보던 도중 열차가 도착하였습니다.
이제 열차를 타고 100년의 세월을 마감하는 불국사역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지난 100여년동안 방문객을 맞이하던 불국사역. 과연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되면서 그 역할을 다한 불국사역은 앞으로의 100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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