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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객에게 제공되는 호텔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중국 정저우 환승여행기[2025.10.03]
좌충우돌 여행기/해외여행
2025. 12. 8. 11:28
이 포스팅의 일부 이미지는 생성형AI를 활용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글은 제가 정저우 경유 중 숙박 제공 절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겪게 된 난처한 경험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혹시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해 오버나잇 환승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중국남방항공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하여 숙박 예약 절차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정저우 공항의 경우, 중국남방항공이 숙박 제공에 대한 책임을 일절 지지 않기 때문에 저처럼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기 쉽습니다.
무비자로 더욱 가까워진 중국, 하지만...

한때 중국 여행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불과 십여년전만 해도 열악한 위생, 어려운 언어, 해외 여행객을 위한 관광 인프라 부족, 심지어 위조지폐가 시중에서 대놓고 통용되는 등 배낭여행으로서 중국을 누비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중국 정부가 관광산업 투자로 외국인 관광객을 신경쓸 여유가 생기면서 이전보다는 중국 배낭여행의 난이도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특히, 중국 전 지역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과 같은 간편결제 시스템이 대중화되며 시중에 대놓고 통용되던 위조지폐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알리페이 앱내에 번역 기능, 대중교통카드까지 제공되어 지하철 및 버스 탑승이 가능해 외국인의 이동이 한층 더 편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폐쇄적인 외교 정책으로 인해 까다로운 비자 절차와 복잡한 서류 준비는 많은 이들에게 중국을 '가까운 듯 먼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한국인 여행자들도 단기 관광이라도 반드시 비자를 받기 위해 현지인의 초청장이나 여행 계획서 등의 서류를 준비해야 했기에, 짧은 일정의 여행조차 부담스러운 절차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단지 대한민국 여권만 있으면 언제든지 다녀올 수 있는 옆나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무비자 정책이 여행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어학연수 목적의 비자를 받았을 때를 제외하면, 환승을 위해 잠시 베이징에 들렸던 것이 거의 유일한 중국 방문 경험이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중, 2024년 11월 8일부로 중국 외교부가 대한민국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비록 입국 심사 과정에서 환승 목적의 입국이라 하더라도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거나, 관광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입국심사관이 판단하게 되면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만, 과거에 비하면 여행 준비가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저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영국 여행을 계획고, 검색 도중 눈에 들어온 노선이 바로 중국남방항공의 정저우(鄭州) 경유 항공편이었습니다. 무려 17시간 장시간 환승이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저우 환승객에게 무료 호텔 제공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확인하고 자연스레. '이번 기회에 정저우에 잠깐 들렀다 가는 김에 시내구경을 해 볼 수 있겠구나' 하며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정저우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저는 복잡하고 불친절한 절차, 모호한 안내, 언어장벽이라는 삼중고와 마주하게 되었고 결국 무료 숙소는 이용하지 못한 채 당황스러운 영국 여행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 당황스러웠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특히 앞으로 중국을 경유하여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는 환승 무료 숙박 서비스는 반드시 사전에 직접 확정 받아 두시기 바란다는 중요한 팁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정저우공항에서 환승 계획이 있으신 분께서는 중국남방항공 공식 홈페이지에서 안내된 현지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하여 호텔명과 주소, 전화번호를 반드시 확인하시고, 공항 도착 후 이동해야 할 위치도 반드시 확정받으시기 바랍니다!
중국 항공사의 '저렴한 환승'에는 이유가 있다

여행 비용에서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특히 유럽이나 미주 같은 장거리 여행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국 항공사들의 저렴한 경유 항공권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서비스 품질도 상당히 개선되어, 저 또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중국남방항공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택한 항공권은 직항 대비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었고, 중간 경유지인 정저우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장거리 비행도 훨씬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중국남방항공 홈페이지에서도 정저우 경유객에게 무료 숙박 제공을 안내하고 있었기에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세부 절차를 살펴보던 중,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주요 경유 도시는 무료 숙박 신청 방식이 상세히 적혀있었음에도 정저우의 경우 '하루 전 현지 연락처로 문의'하라는 내용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중국남방항공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상담사는 믿기 어려운 답변을 하였습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정저우 공항의 경우 중국남방항공에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공항에서 운영하는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약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는 정저우 환승객에게 무료 숙소가 제공된다 해놓고 숙소 예약은 고객이 직접 알아서 해야한다니 너무 무책임한게 아닌가? 중국남방항공의 이러한 답변에 실망한 저는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던 중국 현지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을 해보았는데..
"你好?"
세상에나. 해당 웹페이지에서는 해외 환승객을 대상으로 연락을 받을텐데 숙소 예약을 담당하는 직원이 중국어로 응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로 소통을 시도하였으나 나의 짫은 영어 실력으로 인해 상대방과 소통이 너무나도 어려워 결국 에이닷전화의 AI 통역 전화 기능을 활용하여 다시 통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저우공항에서 환승 대상자에게 숙소를 제공한다고 해서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에이닷전화를 통해 나의 한 마디가 끝나면 잠시후 에이닷 전화를 통해 중국어로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고, 직원이 중국어로 발언을 이어서 하면 잠시후 해당 대화를 한국어로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번처럼 영어로만 소통하였을 때 보다는 그나마 소통이 좀 더 수월하게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현지 직원과 통화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 내 항공 일정은 호텔 제공 대상에 해당됨
- 공항 도착 후 A번 출구로 오면 직원이 안내해 줄 것임
- 하지만 숙소 정보(호텔명, 주소, 전화번호)를 미리 알려주지 않음
여기서 저는 중대한 실수를 하고맙니다. 중국 입국시 환승객도 입국 카드에 머물 숙소와 주소, 전화번호를 반드시 적어야 입국 심사 통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정저우 공항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던데다가 그나마 찾은 정보도 6년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이었던 2019년 12월 당시의 글 하나 뿐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무런 준비 없이 공항에 도착하였더니 직원들이 환승객들을 데리고 호텔로 데려갔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https://m.blog.naver.com/sooparkeg/221790618532
[19'런던] 연말 런던 여행, 정저우 환승호텔 및 신정공항
2019.12 영국 런던 12월 런던 여행 정저우 신정공항 경유, 공항 제공 호텔 이용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갔...
blog.naver.com
위 글을 참고하며 "도착하면 알아서 안내해주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인천공항에 왔고, 중국남방항공 체크인카운터에서 정저우공항에서 숙소 제공이 되는지 재차 확인하였습니다. 직원은 가능하다는 말 한마디만 하였고, 저는 일단 공항에 도착하면 안내해주는 직원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저우신정국제공항에 도착 후, 입국 카드 검토를 받던 중 공항 직원에게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환승객도 체류지가 없으면 입국이 불가능하다고요???
지금까지 중국에 몇 번 입국했던 경험대로 임시 입국 허가를 받았어서 환승객이면 다 들여보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온 것이었는데.. 분명 나처럼 환승 목적으로 정저우공항에 온 승객들도 많이 있을텐데 나 같은 다른 사람들 중에 나처럼 난처한 상황에 처한 승객은 없는걸까?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입국심사를 기다리던 분들 중에 전화로 숙소를 예약 확정하였다는 다른 승객의 도움으로 임시 주소를 적어 입국은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이미 안내받았어야 했던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은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입국심사를 간신히 마치고 한참을 기다려 위탁수하물을 찾고난 후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땐 제가 의지했던 "A번 출구 안내 직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 부터 제 고생이 시작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저우 공항에서 들은 청천벽력같은 상황
저는 혹시 제가 출구를 잘못 찾은 건 아닌지, 아니면 전날 통화 내용이 제가 잘못 이해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 에이닷 통역 앱에서 번역이 애매하게 된 건 아닐까?", "담당자가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은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공항 곳곳을 서성이며 휴대전화로 비슷한 사례를 검색하고 있을 때, 중국인 한 분이 저에게 다가와 끊임없이 중국어로 말을 걸며 "본인의 택시를 타라"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경계심이 들어서 그와 거리를 두었지만,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보니 번역기를 켜서 제 사정을 설명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제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그 중국인 분에게 "중국남방항공에서 환승객에게 숙소를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관련 담당자에게 연락할 수 있는지"를 번역기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각은 밤 12시를 훌쩍 넘겨 중국남방항공 고객센터는 이미 운영이 종료된 상태였고, 공식홈페이지에 있는 중국어 챗봇도 제가 겪고 있는 '정저우 환승 호텔' 상황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 중국인 분은 약 30분 정도 제 옆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려 노력했지만, 결국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다른 손님을 찾아 떠나갔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이제 스스로 숙소를 찾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항까지 오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이미 완전히 깨져버린 뒤였습니다.
출국 전에 트립닷컴에서 정저우공항 근처 숙소를 둘러보면서 무료 픽업을 제공하는 호텔들을 몇 군데 봐둔 기억이 있어 다시 한 번 검색해 공항과 거리가 가깝고, 24시간 픽업을 지원하고, 프론트에서 영어 응대가 가능하며, 1박 2만원대의 저렴한 숙소 한 곳을 예약했습니다.
예약을 마친 뒤, 저는 앱에서 제공하는 전화 기능을 통해 숙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직원은 단 한마디도 영어를 하지 못하는 분이었습니다. 직원은 계속 중국어로만 빠르게 말을 이어갔고, 저는 단어 하나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 상태로는 픽업 요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저는 결국 택시를 타고 직접 숙소로 이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간신히 공항 택시 승강장에 도착해서, 앱으로 예약하였던 숙소의 중국어 주소를 기사님께 보여주었습니다.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내비게이션을 켠 뒤 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숙소 근처에 도착하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호텔 위치가 큰 도로와 도로 사이 골목 안쪽에 있다 보니, 내비게이션상으로는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택시는 약 5분 동안 주변만 빙빙 돌 뿐이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기사님께 여기서 내리겠다고 말한 뒤 요금을 정산하고 하차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덕지도를 보면서 어두운 골목 사이를 직접 걸어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지도상으로 표시된 곳 까지는 어떻게든 도착하였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제가 예약한 숙소 이름의 간판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고덕지도에 표시된 다른 건물 숙소들의 간판은 환하게 켜져있었고, 지도상 위치는 정확해보였는데 정작 제가 예약한 호텔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건물 내부에 표기가 되어 있나' 싶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 층을 확인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어느 한 층 안내판에서 제가 예약한 숙소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층에 도착해보니 제 눈앞에 펼쳐진 것은 프론트 데스크로 보이는 작은 책상 하나와 굳게 닫힌 객실들 뿐이었습니다. 직원도, 안내문도, 불이 켜진 객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방금까지 통화한 사람은 어디 있는 거지??"
저는 다시 한 번 숙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여전히 중국어로만 이야기하니, 저는 영어로 어떻게든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서로의 말이 거의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저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 건물 밖으로 나오려다가, 우연히 건물 1층 다른 숙소 앞에서 한 할머니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통화 도중 할머니가 '한궈런'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제 귀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혹시 아까 내가 전화했던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저를 향해 손짓을 하며 휴대전화를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전화를 받았고, 전화 너머에서는 조선족 말투의 상담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이 숙소에서 고객님을 받으려면 주숙등기를 하여야 하는데, 담당자께서 방법을 몰라서 외국인 숙박을 처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상황을 보아하니 내가 예약한 숙소는 중국인들이 주로 머무는 숙소이다 보니 담당자가 외국인에 대한 주숙등기를 진행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트립닷컴에 확인했을 때는 외국인 숙박이 가능하다고 언급이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예약한 숙소는 중국인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숙소였고 실제로는 외국인 투숙을 처리해본 경험이 없어서 외국인 숙박 시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주숙등기' 절차를 모르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저는 결국 상담사에게 부탁해 해당 숙소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건물을 나서려는데, 그 할머니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제 손에 생수 한 병을 쥐여주며 저를 배웅해 주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휴대전화를 보니 어느새 시각은 새벽 2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대로 밖에서 계속 방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저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침 바로 옆 건물에 또 다른 숙소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로비가 비교적 깔끔해 보였고 프론트 데스크에는 직원이 상주해 있었고 분위기도 방금 전 숙소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번역기를 켜서 직원에게 천천히 물어보았습니다.
"한국인(외국인)도 이 숙소에서 투숙할 수 있나요?"
직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번역 앱을 켜서 제 질문을 확인한 뒤, 번역기를 통해 '투숙 가능하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트립닷컴 앱을 열어 숙소를 검색했습니다. 이 숙소 이름은 영어 표기가 아니라 한자로만 되어 있어서 찾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직원에게 화면을 보여주며 확인한 끝에 같은 숙소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숙소의 가격은 약 4만원 정도였고 객실 컨디션은 한국의 일반적인 4만원대 모텔보다 훨씬 깔끔했습니다. 방 안에는 웰컴 쿠키까지 놓여 있어서, 정신없이 흔들리던 새벽에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혼란스럽던 마음을 추스리며 씻고 짐을 정리한 뒤 침대에 몸을 눕혔습니다. 그 때가 새벽 3시 즈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늘 밤을 잘 보낼 수 있는 곳을 확보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저는 다음 날 일정을 위해 서둘러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약 30분쯤 지났을 때, 객실 전화가 울렸습니다. 직원은 중국어로 몇 마디를 했지만, 저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정황상 "공항 샌딩 차량이 준비되었으니 내려오라"는 의미인 듯 하여 서둘러 짐을 싸서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잠시 후 숙소 앞에 호텔에서 운영하는 전기차 한 대가 도착했고, 운전기사는 제 짐을 트렁크에 정성스럽게 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차에 올라탄 뒤 약 15분 정도 달리자 정저우 공항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런던행 항공편 출발 시간은 오후 2시 10분이었는데, 호텔에서 무려 출발 5시간 전에 공항으로 데려다 준 덕분에 저는 공항 로비에서 체크인 시작까지 약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정저우공항 국제선 출발편은 제가 왔던 시점을 기준으로 단 세 편 정도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대부분은 중국 국내선 항공편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 런던행 항공편은 약 6년 전 허난성 최초의 유럽 노선으로 개설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노선이라 합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우여곡절 끝에 정저우에서의 예기치 못한 밤을 마무리하고 무사히 런던 개트윅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이 남긴 교훈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여행을 떠나기 전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사람의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입국 거절이나 노숙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저우처럼 한국어 후기나 정보가 거의 없는 공항을 경유하실 계획이라면 아래 사항을 반드시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 환승 무료 숙박은 반드시 사전에 '직접' 전화로 예약 확정
- 입국카드에 적을 호텔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미리 준비
- 외국인 투숙이 가능한 숙소인지, 주숙등기 경험이 있는 곳인지 꼭 확인할 것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디테일한 정보는 저처럼 실제로 부딪혀 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GPT나 검색만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던 내용이기에 저는 이 글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정저우 환승 관련 내용을 검색하다가 이 글을 발견해 숙소 예약을 확정받으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삽질은 조금은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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