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친역에서 주하이창룽역까지 고속열차 탑승기(2026.05.08)

 

 마카오로 입국하여 현지에서 유심을 간신히 개통한 다음, 헝친 포트(横琴口岸)를 통해 중국 본토인 주하이(珠海)로 넘어와 맛난 뱡뱡면을 먹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다음 날 아침! 기분 좋게 일찍 일어나 알리페이에 등록해 둔 주하이 교통 QR코드를 생성해 당당히 버스에 타려는데... 어라? 인식이 안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몇 번을 다시 시도해도 야속한 기기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 다음 정류장에서 터덜터덜 내려 '이제 어쩌지?' 고민에 빠졌죠. 그러다 문득 헝친역(横琴站)에서 주하이창룽역(珠海长隆站)까지 고속열차를 타면 단 8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라, 기차를 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당당하게 다가간 자동발매기는 중국 신분증과 여권만 인식할 뿐, 제 소중한 한국 여권은 인식하지 못하고 뱉어내기 일쑤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발매기 근처에는 유인 창구조차 보이지 않아 표를 살 방법이 막막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클룩(Klook) 앱을 켜서 기차표 예매를 시도해 봤지만, 결제 단계에서 자꾸만 취소 오류가 나며 저를 멘붕에 빠뜨렸죠.

 

 

 결국 유인 창구를 찾지 못해 역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계신 보안관님께 번역기 앱을 켜서 창구가 어디에 있는주 물어보았더니, 보안관님은 보안 구역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시더라고요. 

 

 

 X-ray 검사기에 짐을 통과시키고 역내로 진입한 다음 다른 직원분을 찾아가 물어보니, 마침내 저를 구원해 줄 안내데스크로 친절하게 인도해 주셨습니다.

 

 

 발권하는 데 무려 10분이나 걸렸고, 그 사이에 원래 타려던 열차는 무심하게 떠나버렸습니다. 게다가 건네받은 표는 다음 열차도 아닌 '다다음 열차' 표였죠. '아, 다음 차는 못 타는 건가?' 하고 시무룩해 있었는데, 입석표라서 그런지 역무원분들이 융통성 있게 그냥 다음 차를 타러 들어가게 해 주셨습니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는 복잡한 절차 없이 여권만 쓱- 스캔하니 바로 문이 열리며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열차를 타러 플랫폼에 내려왔는데, 최근 한국의 고상홈 KTX 역처럼 안전하게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쾌적한 지하역이 나타났습니다.

 

 

플랫폼에 입장하고 5분 정도 기다리니 미끄러지듯 열차가 들어옵니다.

 

 

 지하를 달리는 고속열차라니! 한국에도 전동열차처럼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하 형태의 역이 몇 군데 생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신기하고 낯선 풍경입니다.

 

 

스크린도어가 스르륵 열리고 드디어 고속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열차 내부는 기대 이상으로 쾌적하고 깔끔했습니다! 비록 8분이라는 짧은 시간만 탑승하지만, 미리 표를 예매해 두었다면 이 쾌적함을 더 빠르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습니다.

 

 

차내 모니터에서는 현재 열차의 혼잡도와 다음 정차역인 주하이창룽역(珠海长隆站)에 대한 안내가 친절하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출입문 상단에 있는 전광판을 보니, 열차가 운행하는 전체 노선도와 현재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점! 중국 고속열차 안에는 이렇게 온수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운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였어요

 

 

열차 구경을 하다 보니 탑승한 지 단 8분 만에 헝친역(横琴站)에서 목적지인 주하이창룽역(珠海长隆站)에 도착했습니다.

 

 

우르르 내리는 승객들의 발걸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역 밖으로 향합니다.

 

 

 나갈 때도 개찰구 근처에 서 계신 직원분께 여권을 보여드리니, 기기에 여권을 바로 인식시켜 주셨고 무사히 개찰구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치멜롱 오션파크(长隆海洋王国)를 찾는 관광객들을 반겨주는 주하이창룽역(珠海长隆站)의 웅장한 외부 모습입니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 우뚝 솟은 펭귄 호텔 지붕 위의 귀여운 펭귄들을 보는 순간! "아, 드디어 내가 치멜롱 오션파크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확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헝친역에서 치멜롱 오션파크까지 이동할 때, 버스로는 약 20분, 고속열차로는 8분이 소요됩니다.

물론 기차표를 미리 문제없이 예매했다면 이동이 수월했겠지만, 헝친역의 규모가 지하로 워낙 방대해서 탑승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이나 외국인 발권 지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저처럼 버스 QR 인식이 안 되는 등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면, 무리해서 기차표를 끊기 위해 헤매기보다는 조금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편하게 택시를 타고 이동하시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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