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투자 법인 설립 후기(2) - 1년반만에 폐업합니다

흔치않은일상 2023. 12. 30. 17:49

 

 불과 작년에는 P2P 투자를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바로 다음으로 말씀드릴 이야기가 폐업소식이 될 줄을 제 자신도 몰랐습니다. 다행히도 적자 없이 작은 수익을 낼 수 있었으나, 굳이 법인을 유지하면서까지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고, 가장 결정적으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P2P 투자 법인을 폐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혹여나 P2P 투자를 권하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쓰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록 거대한 사업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일개 회사 직원으로서는 알수 없었던 실제 회사 경영에 대해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 법인을 소흘히 관리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음을 몸소 깨달았기에, 차후 다른 사업으로 법인을 설립하여 대표가 되었을 때, 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자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 작성하였던 글도 참고하시어 여러분들의 투자 방향에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P2P투자법인 운영을 중단한 이유는?

 법인을 설립하였던 2022년 초반, 넘쳐나는 자산 유동성만 보고 저는 단지 P2P 투자 한도를 늘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투자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법인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법인 설립을 도와주겠다는 법률사무소들의 광고만 보았을 때는 누구나 쉽게 법인으로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으로 착각하여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폐업 및 법인 청산은 설립 과정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P2P 사업회사로 수익 창출만 생각하고 법인을 설립하였지만, 법인 관리 자체만 해도 많은 난관에 부딪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제게 P2P 투자 법인 설립이 매리트가 없었던 3가지 이유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1. 너무나 어려운 법인통장 개설

 

 

 법인통장 개설 전 은행에 전화하여 구비 서류를 다 가지고 갔지만, 사업장 실사 방문, 사업자등록 1년 이상, 대표의 거주지와 법인의 사무실 위치 등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너무나 많았고, 간신히 모 저축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지만, 해당 은행에서 OTP를 제공하지 않아 타 은행 OTP를 등록해야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한동안은 지점에 직접 방문해서 은행 업무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토록 은행들이 계좌 취급을 까다롭게 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보이스피싱 예방 차원이라 하지만,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은 법인사업자가 통장 없이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라는 건지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1년동안 법인 운영을 열심해 한 덕에 간신히 케이뱅크 법인계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만, 애초에 이렇게 은행 계좌 하나 만드는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다면 저는 아마도 법인 설립 자체를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무턱대고 계좌 개설을 방어하게 만든 문제로 인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꿈이 좌절되는 상황이 한시바삐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2. 설립은 쉬우나 해산은 어려운 법인 관리

 

 

 법인 설립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업종 선택을 하고 사무실을 구한 다음 자본금과 각종 수수료(법률사무소 대행 수수료, 각종 증빙서류 발급수수료 등)만 지출하면 법인 설립이 완료됩니다.

 그러나 법인의 해산은 절차가 훨씬 어렵습니다. 자본금이 잠식되어 적자 상태인 법인은 채무 청산을 하지 않으면 법인 해산이 불가능하며, 설령 빚이 없는 법인이더라도 법인 혼자서 해산을 진행하기엔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여 법률사무소에 대행을 요청해야 하는데 전체 비용이 2023년 기준 200만원에 육박합니다. 법인 자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금전적인 면에서도 시간적인 면에서도 손해일 수 있습니다. 소액 투자 법인의 경우 법인 등기 신청 후 8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면 해산간주하여 자본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5년동안 그 어떤 영리활동을 할 수 없어 8년간 발생하게 되는 법인 관리 비용이 골치아플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러한 법인 관리의 어려움을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P2P 투자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한 계기는 미래의 불확실성이었습니다.

 

3. 예측 불가한 투자 환경의 변화

 

 

 어떤 자산에 투자하든 위험요소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야기입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을 보았을 때, 부동산 투자 상품이 주를 이루는 P2P투자에 위험요소가 커졌다고 저는 중대한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바이러스 전염으로 전 세계가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은 금리 인하로 경제 부양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시장에는 엄청난 양의 돈이 쏟아지게 되었습니다. 주식 시장은 V자 반등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었고, 부동산으로도 풀린 자금들이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집값이 2배 이상 상승하는 곳이 대다수였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에 엄청난 돈이 풀리면서 돈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증가율이 상승시켰고, 이 와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이 촉발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고, 자금 경색으로 인해 부동산 기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대출을 받던 건설사들이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T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로 자산 가치가 폭락하였던 비교적 가까운 과거의 상황과 비교하였을 때, 지금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차후 P2P 투자상품이 PF로 촉발된 건설업의 침체르 인해 상품의 리스크가 커질것으로 보아 적어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지켜야 하는 방향으로 관리를 해야 겠다 판단을 하였고, P2P 투자 법인을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P2P 투자 법인을 정리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번달 모든 투자 원금 및 이자를 회수하였고, 며칠전 법인 폐업 신고를 하였습니다. 차후 8년간 P2P 법인 활동을 할 계획이 없으므로 8년 후 자본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돈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안타깝게도 저에게 P2P 법인투자는  큰 이익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투자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설령 시중은행에 예금을 하더라도 5천만원까지만 보호받을 수 있음을 유념하여 자신의 투자 방향에 부합하는지 곰곰히 생각한 후 투자를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투자 실패기를 작성하지만, 차후에는 좀더 현명한 판단으로 재산도 지키고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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